코로나19 치료제 가운데 하나인 ‘렘데시비르’가 1일부터 국내에 공급됩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는 “코로나19 확진자 가운데 폐렴이 있으면서 산소 치료가 필요한 중증 환자에게만 제한적으로 렘데시비르를 투여한다”고 이날 밝혔습니다. 치료제 투여 기간은 5일이 원칙이나, 필요하면 5일을 연장할 수 있습니다. 다만 전체 투약기간은 최대 열흘을 넘으면 안 됩니다.
중증 환자를 치료 중인 병원에서 국립중앙의료원에 의약품 공급을 요청하면,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회의 자문을 거쳐 투약 대상자를 결정하게 된다. 중증 환자 가운데서도 흉부 엑스선(CXR) 또는 전산화단층촬영장치(CT) 상으로 폐렴 소견이 있고 산소포화도가 94% 이하로 떨어진 상태이며 산소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 증상 발생 이후 열흘이 지나지 않은 환자 등 4가지 조건에 모두 해당해야 합니다.
렘데시비르는 애초에 에볼라 치료제로 개발되었으나, 최근 미국에서 코로나19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시험했더니 ‘중증 환자의 치료기간을 단축시키는 효과가 있다’는 결과가 나와 주목받았습니다. 이에 방역당국은 감염병 대유행 등 공중보건 위기 상황에서 국내에 허가되지 않은 의약품도 수입할 수 있도록 하는 ‘특례수입 절차’를 거쳐 렘데시비르를 국내에 들여왔습니다. 질병관리본부는 지난달 29일 수입자인 길리어드사이언스코리아와 의약품 무상공급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다만 계약조건에 따라 도입 물량 등의 구체적인 내용은 비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정은경 방대본 본부장(질병관리본부장)은 “렘데시비르 추가 물량 확보를 위해 수입자와 계속 협력하며 코로나19 치료제 확보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달까지는 무상공급 물량이 제공되지만, 다음달부터는 가격 협상을 통해 구매가 진행될 예정입니다. 권준욱 방대본 부본부장은 지난달 30일 정례브리핑에서 “(렘데시비르는) 미국 내의 공급이 일단 우선인 것으로 알고 있다. 8월 이후 미국 이외 다른 국가에 대한 공급 협상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렘데시비르는 오는 10월까지 약 50만명 분량이 생산될 예정이라, 각국마다 공급 물량 확보에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지난해 말 중국 우한의 화난수산시장에서 처음 보고된 이후 6개월 동안 1000만명으로 늘어났습니다. 좀처럼 확산 속도가 꺾이지 않아 백신과 치료제가 나오지 않는 이상 일상으로의 전환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28일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200여개 백신 후보 물질 가운데 15개가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임상 시험을 진행 중 입니다. 이 가운데 미국 모더나, 영국 아스트라제네카, 중국 캔시노와 시노팜 등의 속도가 가장 빠르다는 평가 입니다.
신약 개발의 임상시험은 소수 건강한 사람 대상의 1상, 전염병 발생 지역의 다수 건강한 사람 대상 2상, 발생 지역의 다수 일반인에게 테스트하는 3상으로 구분됩니다. 감염을 차단하는 백신은 보다 근원적 해결책으로 꼽히지만, 환자에게 사용하는 치료제와 달리 건강한 사람에게 투약해야 해 개발 난이도가 높고 승인 절차도 까다롭습니다.
미국 제약사 모더나는 임상 2상을 현재 진행 중이며 다음달부터 3만명을 대상으로 3상을 시작할 예정입니다. 내년 1월부터 연간 5억정 규모 생산에 착수할 계획입니다. 옥스퍼드대와 공동으로 개발 중인 아스트라제네카는 지난달 2·3상을 동시에 착수했습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연간 20억정 규모의 공급 설비를 확보했습니다.
중국 인민해방군 군사의학연구원이 참여한 캔시노, 국영제약사 시노팜이 각각 개발하는 백신도 다음달부터 임상 3상에 돌입합니다. 중국발 바이러스임에도 중국 내 확진자가 줄어든 탓에 캔시노는 캐나다, 시노팜은 아랍에미리트(UAE)에서 테스트를 진행합니다.
치료제로는 최근 스테로이드제 덱사메타손(부신피질호르몬제)이 주목받았습니다. 영국 보건부에 따르면 중증 코로나19 환자에게 덱사메타손을 처방한 결과 사망률이 35%가량 내려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다만 전문가들은 염증을 완화시키는 스테로이드제로서 보조적 활용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개발 중인 신약 중에선 미국 길리어드가 개발 중인 렘데시비르가 임상 3상으로 가장 앞서가고 있습니다. 렘데시비르는 바이러스의 복제 기능을 파괴하는 항바이러스제입니다. 영국 의학전문지 랜싯에 따르면 코로나19에 적용하기 위해 이 외에도 수십종의 약품에 대한 실험이 진행 중 입니다.
최근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변이를 거치며 한층 더 강력해졌다는 분석입니다. 중국 충칭의과대학 황아일룽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최근 베이징 신파디시장을 중심으로 한 집단감염을 불러온 바이러스가 우한에서 확산한 초기 바이러스와는 다른 변종인 'D614G'라고 분석했습니다.
길리어드사에서 개발한 렘데시비르는 당초 에볼라 치료제로 개발됐으나, 최근 미국에서 진행한 임상에서 코로나19 중증환자의 치료기간과 사망률을 줄이는 것으로 분석돼 전세계의 관심을 모았습니다. 미국 식품의약국에서도 렘데시비르를 코로나19 치료제로 긴급 승인했지만, 가격이 1병당 390달러(한화기준 46만원 상당)로 최대 투약기간인 10일을 기준으로 한다면 약 460만원 정도의 돈이 들어가게 됩니다.
길리어드 사이언스 CEO 다니엘 오데이는 지난 29일 공개한 서한에서 “선진국에서 렘데시비르 약가를 바이알 당 390달러로 책정했습니다. 치료를 받고 있는 코로나19 환자들의 대다수가 5일간 6바이알의 렘데시비르를 투여하고 있기 때문에 환자당 약 2340달러(한화 기준 281만원)의 치료비용이 발생할 예정”이라 밝힌 바 있습니다.
이같은 가격에 대해 길리어드가 “국가별로 별도의 약가협상이 필요하지 않도록 렘데시비르의 약가를 가장 구매력이 약한 선진국들도 부담할 수 있을 정도로 낮춰 책정했다”라고 밝힌 만큼, 추가 약가협상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