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만명에 달하는 소액주주가 투자한 항암치료제 개발업체 신라젠의 상장폐지 여부 결정이 1년 뒤로 미뤄졌습니다. 한국거래소가 신라젠에 경영개선 시간을 주고, 기다려보겠다고 결정해서 입니다. 거래소는 30일 기업심사위원회(기심위)를 열고 내년 11월 30일까지 신라젠에 개선 기간을 부여하기로 심의·의결했습니다. 현재 매매거래정지 상태인 신라젠 주식은 개선 기간 동안 계속 거래할 수 없습니다.
개선 기간이 끝나면 7일 안에 개선 계획 이행내역서와 이행결과에 대한 전문가 확인서 등을 제출해야 합니다. 이후 거래소는 기심위를 16일 안에 개최해 상장폐지 여부를 다시 의결합니다. 업계에서는 “신라젠을 상장폐지하기에는 거래소가 부담스러운 요소가 많았다”고 평가했습니다. 특히 신라젠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와 관련해 논란이 있던 상황에서 거래소가 상장을 승인했는데 상장폐지시킨다면 이에 따른 책임론이 불거질 수 있습니다.
문은상 전 신라젠 대표 등은 2014년 3월 실질적인 자기자금 없이 ‘자금 돌리기’ 방식으로 350억원 규모의 신주인수권부사채를 인수해 부당이득 2000억원가량을 취득하는 등 신라젠에 손해를 끼친 혐의를 받습니다. 또 문 전 대표와 전현직 경영진은 미공개 내부정보를 이용해 주식거래를 한 혐의도 받고 있습니다. 간암치료제로 개발한 ‘펙사벡’의 임상 실패를 사전에 알고 보유 중인 주식을 미리 팔아 부당한 시세 차익을 취했다는 의혹입니다. 이에 따라 거래소는 지난 5월 4일 장마감 이후 신라젠의 시장 거래를 정지시켰습니다.
한국거래소가 신라젠에 대해 경영개선기간 1년을 부여하기로 했습니다. 거래소는 30일 서울 여의도 서울사무소에서 기업심사위원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심의·의결했습니다. 경영개선기간 동안 신라젠 주식은 거래될 수 없으나 당장 상장폐지가 될 위기는 넘겼습니다.
거래소는 "신라젠은 개선기간 종료일(2021년 11월30일)로부터 7영업일 이내에 개선계획 이행내역서, 개선계획 이행결과에 대한 전문가의 확인서 등을 제출하여야 하며, 거래소는 동 서류 제출일로부터 15영업일 이내에 기업심사위원회를 개최해 상장폐지 여부를 심의·의결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문은상 전 신라젠 대표이사 등은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이용해 무자본 인수합병(M&A)으로 회사를 인수했다는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거래소는 지난 5월 4일 시장 마감 후 신라젠의 거래를 정지했습니다. 거래 정지 당시 신라젠 주가는 1만2100원 입니다. 이어 6월19일 신라젠을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에 올렸고 상장폐지 여부를 논의해왔습니다. 거래소 기업심사위는 지난 8월 6일에 개최한 첫 번째 회의에서 결론을 내리지 못했습니다.
신라젠 소액주주는 지난해 말 기준 16만8778명 입니다. 신라젠은 지난 2016년 기술 특례 상장으로 코스닥시장에 진입했습니다. 신라젠이 개발한 면역 항암제 후보물질 펙사벡에 대한 기대감으로 주가가 한 때 15만원을 웃돌아 시가총액 기준으로 코스닥시장 2위까지 오른 바 있습니다. 신라젠 관계자는 "거래소가 요구하는 기준을 조속하게 충족시켜 빨리 거래가 다시 시작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고 밝혔습니다.
한편, 경영개선기간 부여에 대해 신라젠 주주들은 반발하고 있습니다. 이성호 신라젠 행동주의 주주모임 대표는 "(문은상 전 대표가 5%의 지분을 갖고 있어 최대주주인데) 최대주주를 바꾸라고 거래소가 요구하고 있습니다. 거래정지된 기업에 누가 투자를 해 최대주주를 바꿀 수 있겠냐"며 "현실을 알면서도 현실을 외면하는 거래소가 기업을 죽이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신라젠의 거래 정지되기 직전 신라젠의 시가총액은 8666억원이었습니다. 3분기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7월 16일 현재 소액 주주 수는 16만5694명으로 보유 주식 비율은 93.44% 입니다.
한편, 신라젠이 면역항암제 펙사벡 임상을 예정대로 진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신라젠은 어제(30일) 한국거래소 기업심사위원회에서 상장폐지 여부를 논의한 결과 개선기간 1년을 부여 받은 직후 "개선기간 안에 최선을 다해서 거래를 재개시키겠다"며 이같이 전했습니다. 상장 재개 전망에 대해서 회사 측은 "개선 기간 동안 재무 건전성을 확보하면 되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