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새벽 우리나라 기준으로 서해 먼바다인 중국 칭다오 동쪽 332km 해역에서 규모 4.6의 지진이 발생했습니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3시21분 28초 중국 칭다오 동쪽 332km 해역에서 규모 4.6, 깊이 12km의 지진이 일어났습니다.
이와 관련, 기상청은 “중국에서 발생한 이번 지진이 국외지진정보발표 기준(규모 5.5 이상)에 미달하지만 전남, 전북 등 국내 일부 서해안 지역에서는 지진동이 감지됐다”고 상황을 전했습니다.
지진 발생 직후 기상청에는 지진으로 추정되는 진동을 느꼈다는 신고가 수십 건 들어왔다. 뿐만 아니라 언론사에도 서울과 광주, 목포 등 지역에서 “거실 소파에 앉아있는데 몸이 앞뒤로 흔들렸다”, “3초쯤 흔들리는 느낌이 들어 잠에서 깼다”, “침대에 누워있는데 진동이 느껴졌다” 등의 제보가 줄을 이었습니다.
기상청이 제공한 중국지진청(CEA) 분석 결과에 따르면 이번 지진의 진앙은 북위 35.79도, 동경 123.97도이며 발생 깊이는 12㎞ 입니다. 국외 지진은 해역의 경우 규모 5.5 이상인 경우 국내에 통보합니다. 하지만 이날 지진은 우리나라와 중국 사이 서해안 해역에서 발생하면서 가장 가까운 내륙인 전남·북은 물론 대전과 수도권 지역에서도 다수의 사람이 진동을 감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주민들의 문의와 신고도 잇따랐습니다. 광주 북구 운암동에 사는 김모(37) 씨는 침대가 흔들리는 느낌에 잠에서 깼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습니다. 김씨는 "집이 왕복 2차선 도로와 인접해 있어 이른 아침 버스가 지나갈 때 가끔 소리를 느끼는데 새벽부터 많이 흔들려서 이상하다고 느꼈다"고 말했습니다. 전북 전주시 노송동에 거주하는 조모(42) 씨는 "침대에 누워 있는데 진동을 느껴 소방당국에 신고했다"고 전했습니다.
전북도소방본부에는 이날 오전 7시 현재 7건의 지진 신고가 접수됐습니다. 광주시소방본부에도 13건의 지진 관련 신고가 들어왔습니다. 피해는 없었으나 진동이 느껴졌다며 지진이 일어났는지를 묻는 신고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전남도소방본부에도 목포, 영광을 중심으로 8건의 신고가 들어왔습니다.
광주지방기상청 관계자는 "중국과 우리나라 중간에 위치한 해역에서 지진이 발생해 국내에서도 진동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기상청 관계자는 "이번 지진은 국외지진정보 통보 기준에 미달하지만, 새벽에 진동을 느낀 국민들의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문자서비스, 홈페이지 등을 통해 관련 정보를 제공했다"고 말했습니다.
서울 등 수도권의 일부 고층아파트에 거주하는 시민들도 지진에 따른 저주파 진동을 느껴 소방당국에 신고한 사례도 있었습니다. 전국적으로 50여 건의 신고가 접수됐습니다. 기상청은 지진 발생 1시간가량 후인 이날 오전 4시 13분에 중국 지진청(CEA) 분석 결과를 인용해 '국외 지진 정보'를 발표했습니다. 이번 지진 발생 해역이 한국이나 중국 영해에 속하지는 않고, 양국의 배타적경제수역(EEZ)이 겹치는 곳에 위치한다고 기상청은 설명했습니다.
국외(해외)지진의 경우 규모 5.5 이상일 때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데, 이번 지진은 그보다 약하지만, 국내에 미친 영향을 고려해 정보를 발표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진동을 느낀 주민들은 정확한 원인을 몰라 새벽 시간에 한 시간 가까이 혼란을 겪어야 했습니다. 이윤수 포항공대 환경공학부 교수 등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지진을 계기로 국내 지진 조기경보 영역을 서해 쪽으로 더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서해의 경우 수심이 얕아 지진해일(쓰나미) 피해가 크지는 않겠지만, 강진에 따른 지진해일에 대비할 필요도 있다는 것 입니다. 이에 앞서 기상청은 지난 2017년 12월 국내 지진 조기경보 영역을 일본 대마도까지 확장했습니다. 당시 기상청은 "2016년 4월 일본 규슈 구마모토 지진(규모 7.3)과 같이 나라 밖에서 발생한 지진이라도 국내에 영향이 큰 경우 조기 경보가 필요하다는 지적에 따라 조기경보 대상 영역을 확대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2016년 4월 일본 규슈 지진 당시 부산과 경남지역 등지에서도 진동이 전달돼 시민들이 불안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국내 조기경보 영역에서는 규모 5.0 이상일 때 경보를 발령합니다. 지진 조기경보는 지진 피해를 일으키는 지진파가 도달하기 전에 지진 발생 상황에 대해 경보를 발령하는 것을 말합니다. 지진파 중에서 P파가 S파보다 약 1.73배 빠르게 전파되며, 뒤늦게 도달한 S파의 큰 진동 때문에 피해가 발생하는 특성을 고려한 것 입니다. 기상청은 현재 일본 규슈에서 발생하는 지진에 대해서도 국내 조기경보 시스템과 연계해 조기 경보를 시험 운영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국내에서 관측되는 진도가 IV 이상일 것으로 예상할 때 조기경보를 적용하고 있다는 것 입니다. 이에 비해 서해 쪽으로의 조기경보 영역 확장에 대해 기상청은 회의적인 시각을 갖고 있습니다.
기상청 관계자는 "중국이 우리와 지진 자료를 공유하고는 있지만, 국가정책 상 통상 30분 늦게 보내고 있어 조기경보로서의 의미는 없다"며 "서해 도서 지역에 설치한 국내 지진관측망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이날 지진과 관련해 이윤수 교수는 "서해 백악기 때 형성된 군산 분지 경계에서 발생한 것"이라며 "군산 분지는 지속해서 퇴적되면서 가라앉는 곳"이라고 말했습니다.
지난 2014년 4월 1일 새벽에도 충남 태안 앞바다, 서격렬비도 서북서쪽 100㎞ 해역에서 규모 5.1의 강진이 발생했는데, 당시에도 군산 분지 경계부에서 발생한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이 교수는 "백악기에 생성된 상처가 아물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중국도 석유탐사와 관련해 서해에 관심을 보이는 만큼 한중 양국의 연구자들이 지질학 조사에 협력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군산 분지는 지난 1억 년 동안 계속 가라앉고 있고, 그 위에 퇴적물이 쌓이고 있어 지질학자들 사이에서는 백악기 이후 현재까지의 기록을 담은 '블랙박스'로 간주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