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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전 이더리움의 암호화폐인 이더(ETH) 1개를 사서 보유했다면 지금 가치는 6.45배로 늘어났을 것입니다. 코인데스크 가격지수(BPI)에 따르면 올해 3월1일 이더 가격은 1412.71달러. 지난해 3월2일 이더 가격은 218.78달러였습니다. 암호화폐 ‘대장주’로 꼽히는 비트코인(BTC, 5.27배)보다 같은 기간 가치 상승률이 더 높습니다.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비트코인 가격 상승에는 글로벌 법정통화의 가치 하락이 크게 작용했다는 시각이 우세합니다. 세계 각국이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 대응 과정에서 시중에 막대한 돈을 풀었고, 결과적으로 ‘돈값’이 떨어지면서 주식, 부동산, 비트코인 등 자산 가격이 상대적으로 올랐다는 것 입니다. 이더 가격 상승에는 여기에 덧붙일 만한 몇가지 이유가 더 있습니다.

암호화폐 업계에서는 이더 가격 상승의 가장 큰 이유로 이더리움2.0에 대한 기대감을 꼽습니다. 이더리움2.0은 지금보다 더 많은 거래를 빠른 시간에, 더 적은 전력으로 처리하려는 시도입니다. 지금의 이더리움 네트워크는 초당 15건 정도의 거래를 처리할 수 있지만 이더리움2.0은 이론적으로 신용카드 수준의 거래 처리 속도(초당 평균 2천건)를 낼 수 있습니다.

최근 비트코인을 ‘디지털 금’과 같은 투자자산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늘었습니다. 그러나 이더리움은 블록체인 플랫폼이 되고 있습니다. 향후 약 2년여의 업그레이드 기간을 거쳐 이더리움2.0이 성공적으로 상용화되면 실물 경제 상당 부분을 네트워크 위로 가져올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이더 가격은 지난해 내내 비트코인 가격 상승률을 넘지 못하다가 11월 말 이더리움2.0 가동을 위한 최소 조건이 만족된 뒤부터 큰 폭으로 상승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더 가격이 단순히 시스템 업그레이드에 대한 기대감만으로 오른 것은 아니라고 설명합니다. 블록체인 기술기업 온더의 정순형 대표는 “이더리움2.0으로 변환하는 과정에서 상당량의 이더가 사용할 수 없는 상태로 이더리움2.0 네트워크에 예치(스테이킹)해야 하는데, 이게 시중 수요, 공급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습니다.

3월1일 기준 이더 총 발행량은 1억1485만8805개 입니다. 현재 이 중 약 2.81%인 323만2228개가 이더리움2.0 네트워크에 예치되어 있습니다. 예치된 이더는 향후 최소 2년 정도는 시장으로 나올 수 없습니다. 이렇게 이더의 시중 유통량이 줄면 개별 가격은 상승합니다. 정 대표는 “과거 암호화폐공개(ICO) 열풍 때도 이더로 다른 암호화폐 아이시오에 참여하는 사람들 때문에 시중 이더가 줄면서 가격이 급격히 올랐다”며 “지금도 이더리움2.0이 시중에 있는 이더를 거의 빨아들이면서 가격이 올랐다고 보는 게 맞다”고 말했습니다.

두번째 상승 요인은 이더를 기축통화로 사용하는 디파이(DeFi·탈중앙화금융)의 흥행입니다. 3월1일 디파이 시장에 들어가 있는 자산은 약 367억2200만달러(44조6709억원)로, 1년 전과 비교해 41배 이상 폭증했습니다. 이 중 대부분이 거래할 때 이더리움 네트워크를 이용합니다. 이더리움 네트워크를 쓰기 위해서는 수수료로 이더를 지급해야 합니다. 디파이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이더 수요가 늘고, 이는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기 쉽다는 얘기입니다. 네트워크 사용 수요가 폭증하면서 올해 2월에는 이더리움 건당 수수료가 20달러를 돌파하기도 했습니다. 디파이 영역에 묶여 있는 이더도 지난해 3월2일 271만8천여개에서 올해 842만4천여개로 1년 만에 3배 이상 늘었습니다.

거래가 너무 활발해져서 이더의 시장 공급량이 지금보다 줄어드는 상황도 생길 수 있습니다. 현재 이더리움 커뮤니티 내에서는 채굴자에게 주어지는 수수료 중 일부를 소각하는 방안(EIP-1559)을 논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디지털자산운용사 그레이스케일은 최근 발간한 ‘이더리움 가치평가 보고서’에서 이더리움 거래가 활발해져 수수료로 쓰인 뒤 소각되는 이더의 양이 신규 발행 속도를 넘어설 경우 수요, 공급 원리에 따라 이더 가치가 올라가는 디플레이션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예측했습니다.

암호화폐 데이터기업 크립토퀀트의 주기영 대표는 “대부분의 암호화폐들이 평균보다 많이 오를 때는 나름의 이유가 있지만, 비트코인 가격이 크게 떨어지거나 하락세로 접어들면 결국 동반 하락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더리움2.0, 디파이 흥행 등과 함께 비트코인 가격 추이를 살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최근 많은 디파이 서비스가 이더리움에서 바이낸스 스마트체인(BSC)으로 넘어가는 현상은 이더 가격에 악영향을 줄 수도 있습니다.

암호화폐가 글로벌 주식시장에서 빠르게 존재감을 키워가고 있습니다. 비트코인에 이어 암호화폐 시가총액 2위인 이더리움에 투자하는 첫 상장지수상품(ETP)이 독일에서 출시됐습니다. 상장지수상품은 상장지수펀드(ETF)와 상장지수증권(ETN) 등을 포괄하는 개념입니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금융회사 및 기술기업들이 이미 자산의 상당 부분을 암호화폐에 투자하고 있다며, 세계 최대 주식시장인 뉴욕증시에서도 곧 암호화폐를 기반으로 한 투자상품이 나올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지난 11일 독일 프랑크푸르트 거래소에서 ‘ETC그룹 실물 이더리움 ETP(티커명 ZETH)’는 3.34% 내린 14.46유로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9일 상장된 이 상품은 이더리움에 투자하는 세계 첫 ETP 입니다. 이더리움은 13일 기준 2192억달러(약 249조1208억원)의 시가총액을 가진 암호화폐로, 비트코인(1조1443억달러)에 이은 암호화폐 시총 2위 상품입니다.

암호화폐를 주식시장으로 끌어들이려는 시도는 독일과 캐나다 시장을 중심으로 펼쳐지고 있습니다. 시작은 작년 7월 프랑크푸르트 거래소에 등장한 첫 비트코인 ETP ‘비트코인 교환거래 크립토(BTCE)’ 입니다. BTCE가 상장 이후 약 반년 만에 순자산 10만달러를 끌어모으는 등 흥행에 성공하자 캐나다에서도 비트코인 기반 상품이 잇따라 등장했습니다. 지난달 캐나다는 북미의 첫 비트코인 ETP인 ‘퍼포스 비트코인 ETF(BTCC)’와 두 번째 상품인 ‘이볼브 비트코인 ETF(EBIT)’를 내놓았습니다. 9일 상장된 세 번째 비트코인 ETF인 ‘CI 갤럭시 비트코인 ETF(BTCX)’는 후발주자의 약점을 극복하고자 운용보수를 연 0.4% 수준까지 낮췄습니다. BTCC와 EBIT의 보수는 각각 연 1%, 0.75% 입니다.

아직 세계 최대 주식시장인 뉴욕증시에서는 암호화폐 ETP가 상장되지 않았지만 전문가들은 시간 문제로 보고 있습니다. 이미 주요 금융 및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암호화폐에 직접 투자하고 있고, 개인 간 거래가 활발하기 때문에 주식시장에서도 관련 투자 상품 수요가 크다는 설명입니다. 암호화폐정보업체 크립토퀀트에 따르면 세계 주요 암호화폐 거래소의 비트코인 보유량은 작년 5월 300만 코인에서 이달 초 기준 240만 코인으로 줄었습니다. 개인투자자가 대부분 거래소를 활용해 코인을 보유한 점을 감안하면 기관 및 기업의 직접투자가 크게 늘어났다는 해석입니다.

암호화폐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커지면서 비트코인의 그늘에 가려 있던 암호화폐 2인자 이더리움의 가치가 재조명되고 있습니다. 시가총액 규모만 놓고 보면 암호화폐 대장주인 비트코인과 격차가 있지만 이더리움은 비트코인 대비 높은 ‘개방성’과 ‘활용성’을 앞세워 차별화에 나서고 있습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블록체인 기술 자체로 볼 때 이더리움이 이미 비트코인을 뛰어 넘은 것으로 평가됩니다. 비트코인이 금처럼 가치 저장 수단으로만 부각될 때 이더리움은 그 안에서 애플리케이션을 구동하고, 증권 등 자산을 만들고, 계약까지 할 수 있는 비즈니스 플랫폼으로서의 가치를 재평가받고 있는 것 입니다.

이더리움 가격 상승의 배경에는 디파이(DeFi·탈중앙화 금융)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디파이는 중앙의 서버나 관리자를 통하지 않고 개인과 개인이 거래할 수 있도록 돕는 금융 플랫폼입니다. 디파이의 기반이 되는 블록체인 기술이 바로 이더리움 입니다. 특정 조건 달성 시 거래를 체결하는 '스마트콘트랙트' 기능이 대표적입니다. 디파이 정보 제공 사이트인 디파이펄스에 따르면 상위 70개 디파이 프로젝트 중 69개가 이더리움 기반입니다. 이 때문에 이더리움은 국가 산업의 기반이 되는 ‘원유’에 비견되기도 합니다. 원유가 전 세계 경제·산업 발전의 원동력이 됐듯이 이더리움이 디파이를 포함한 블록체인 산업 발전의 구심점이 될 수 있다는 얘기 입니다. 아울러 원유가 파생금융 상품으로 인정받는 것처럼 암호화폐로서의 이더리움 역시 대체 투자 자산으로도 인식되는 추세입니다.

디파이 시장은 지난해부터 급속도로 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2020년 7월 10억 달러(약 1조 1,120억 원)에 불과했던 예치금은 올해 2월 기준 410억 달러(45조 5,920억 원)까지 불어났습니다. 반년 만에 4,000%나 폭증한 것 입니다. 디파이 수요가 늘어나면 이더리움 플랫폼을 이용하는 데 따른 일종의 수수료인 가스비를 이더리움으로 내야 합니다. 이더리움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물론 한계도 있습니다. 높은 수수료와 확장성은 해결해야 할 과제입니다. 남두완 메이커다오 한국 대표는 "이더리움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높은 수수료와 느린 속도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며 "다른 블록체인과의 협업 또는 이더리움 자체의 성능 향상 등 해결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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