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 4관왕을 차지하며 극중 짜파구리 조리법이 전 세계적 화제를 모으고 있습니다.
2020년 2월 12일 영화 '기생충'은 미국 LA 할리우드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본상, 국제극영화상, 감독상, 작품상까지 4관왕을 달성하며 한국 영화사와 아카데미 역사를 새로 썼습니다. 이후 북미지역에서는 '기생충' 상영관이 확대되는 가운데, 극중 조여정이 맛있게 먹었던 채끝살 짜파구리가 '기생충'팬들의 눈과 식욕을 자극하며 조리법에 관심이 모아졌습니다.
짜파구리는 짜파게티와 너구리를 섞어 만든 것으로 끓는 물에 짜파게티 면, 너구리 면을 넣고 익힌 뒤 물을 약간만 남기고 버립니다. 여기에 너구리 스프 3분의 2와 짜파게티 스프 1봉지를 넣고 잘 섞으면 완성입니다. '기생충'에서는 여기에 한우 채끝살을 올려 고급스러움을 더하며 빈부격차를 보여주는 장치로 이용됐습니다.
한편, '기생충'의 짜파구리는 농심의 PPL(product placement, 극중 제품 협찬)은 아니지만 '기생충'의 인기로 인해 덩달아 호재를 맞았습니다. 이에 농심은 11일 유튜브 채널에 영어, 중국어, 일본어, 독일어, 포르투갈어, 베트남어, 미얀마어 등 총 11개 언어로 짜파구리 조리법을 소개하는 영상을 올리며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식품업계에 따르면 농심은 다음 달 미국 시장에 짜파구리 컵라면을 내놓을 계획입니다. 기존 농심의 영업망을 활용해 월마트나 코스트코 등 대형마트 중심으로 제품을 판매할 것으로 보입니다. 농심은 세계 각국 영화관에서 짜파구리 홍보에 나서고 있습니다.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 역시 트위터를 통해 짜파구리를 언급했습니다. 기생충 수상 당시 그는 "대사관 동료들과 함께 '짜파구리'를 먹으며 오스카 시상식을 관전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짜빠구리는 처음 등장한 시기에 대해서는 제대로 밝혀진 게 없다고들 하지만 90년대 PC통신 나우누리의 라면 레시피 게시판에 존재했던 레시피로, 적어도 그 때 즈음부터 존재했던 요리입니다. 그 후로 미디어에서 등장할 때까지 군인들의 사랑을 듬뿍 받은 요리라고 하네요.
군 장병들을 중심으로 퍼져나간 음식인 만큼 그 기원 역시 군 부대의 병사들이 만들어낸 것으로 보입니다. 이는 어느정도 설득력 있는 것이, 군대에서 경험을 해 보면 다들 알겠지만 PX에서 짜파게티나 간짬뽕 같은 비빔라면의 경우 그리 많은 수량이 들어오지 않습니다.
2013년 2월에는 MBC의 아빠 어디가에 김성주가 아들인 김민국에게 끓여주는 장면이 등장하면서 전국적인 히트를 쳤습니다. 김성주 본인이 트위터를 통해 레시피를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덕분에 다시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을 차지했습니다. 게다가 실제 판매량에도 영향을 미쳐 3월 짜파게티와 (얼큰한)너구리 판매량이 전년 동월대비 각각 78%, 20% 이상 늘어나고 온라인 쇼핑몰 및 대형 마트 등에선 짜파게티와 너구리를 묶어서 판매하는 행사를 벌였습니다. 한편 김성주는 이를 계기로 짜파게티 광고 CF 모델이 되기도 하였습니다.
조리법은 간단합니다. 짜파게티와 너구리의 면을 넣고 끓인 뒤 물을 버리고 면을 건져낸 뒤에 짜파게티 스프와 너구리 스프를 넣고 비벼먹으면 된다. 짜파게티 스프와 너구리 스프의 배합 비율 조절을 어떻게 하느냐와, 2지 다른 타입의 면을 언제 어떻게 끓여 익히느냐가 이 음식의 맛을 결정하는 주요 관건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너구리의 면이 더 굵기 때문에 너구리 면을 먼저 넣고 면이 완전히 풀린 뒤 10초 정도 더 끓이다가 짜파게티 면을 넣으면 적당하다고 합니다. 물을 전부 버리지 말고 면이 설익었을 때 물을 약간만 버린 다음 스프를 넣고 졸이면서 저어주면 스프가 더 잘 섞이고 면에 고루 배어들어서 더욱 맛있습니다.
기생충의 흥행으로 인해 농심 본사 유튜브에서 세계 11개국어로 알린, 일단은 공식 레시피는 아래와 같습니다.
1. 1,100ml 물에 짜파게티와 너구리의 건더기 스프를 둘 다 넣고 끓인다.
2. 물이 끓으면 양쪽 면을 다 넣는다.
3. 4분 30초 후, 150ml(스무 밥숟가락)분량의 물을 남기고 버린다.
4. 짜파게티 스프 1개 분량, 너구리 스프 1/2 분량, 짜파게티 별첨 올리브유를 넣고 30초간 잘 섞으며 익힌다.
5. 취식.
한편, 영화 기생충이 일본에서 박스 오피스 5위에 랭크되는 기염을 토하자, 그 인기에 힘입어 도쿄 시부야에 위치한 카페 모노크롬에서는 2020년 1월 30일까지 기간한정 콜라보레이션 메뉴로서 짜파구리 + 음료 세트인 '기생충 세트'를 내놓았다. 가격은 1,500엔이라고 합니다.
자매품으로 안성탕면+짜파게티를 섞은 안성게티와, 삼양라면+짜짜로니를 섞은 삼양로니가 있습니다. 또한 너구리 대신 오징어짬뽕을 사용한 오파게티(오빠게티)도 알려져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