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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4월 9일 기초과학연구원(IBS)는 RNA연구단을 이끌고 있는 김빛내리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단장)와 같은 학교 장혜식 생명과학부 교수(IBS연구위원 겸임)가 코로나19의 원인인 사스코로나바이러스-2(SARS-CoV-2)의 고해상도 유전자 지도를 완성했다고 밝혔습니다. 세계 최초로 코로나19의 RNA 전사체를 분석해낸 것 입니다. 김 빛내리 교수는 올해 나이 만 51세로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 교수로 재직 중입니다.

기초과학연구원(IBS)이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비밀을 풀어내는 쾌거를 이뤘습니다. 코로나19의 민낯을 풀어낸 IBS의 성취는 향후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크게 기여할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가 염원해온 노벨상 수상에도 한 발짝 더 다가가도록 한 것으로 분석돼 주목됩니다. 

 

이로써 바이러스 유전자의 정확한 위치를 찾아낼 수 있게 됐습니다. 또 기존에 발견되지 않았던 RNA들을 찾았습니다. 아울러 바이러스의 RNA에 최소 41곳의 화학적 변형이 일어났음을 확인했습니다. IBS의 이같은 성과는 '보다 정확한 진단키트'와 '완치율 높은 치료 전략'을 수립하는데 역할할 것이란 전망입니다. 국제적으로도 성과에 대한 확실한 인정을 받는 분위기 입니다.

생명과학 분야 권위지인 셀(Cell)에서는 이 연구에 대한 논문을 9일자 온라인판에 게재한 가운데 이는 연구팀이 논문 게재 신청을 한지 한 달도 안돼 벌어진 일로 알려졌습니다. 이런 연유로 노벨상 수상에 대한 기대섞인 전망도 조심스럽게 제기될 기류입니다.

 

IBS는 '우리나라도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해보자'는 목적으로 2011년 만들어진 기초과학 연구기관입니다. 소위 '될성부른 과학자'에게 막대한 예산을 몰아주는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스타과학자를 육성해내려는 목적이 있었습니다. 이번 연구결과를 이끌어낸 김 빛내리 교수가 그런 스타과학자 입니다. 김 빛내리 교수는 과학기술 논문 평가에 자주 인용되는 피인용수 등을 따져봤을 때 국내에서 손꼽히는 대표적인 노벨상 수상자 후보입니다.

지난 2월 질병관리본부가 발빠르게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연구팀에 제공한 것을 비롯해 장혜식 교수는 자신의 전공을 최대한 활용해 연구에 보탬이 됐습니다. 학부에서 컴퓨터과학 등을 전공한 계산생물학자인 장혜식 교수는 보통 6개월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진 RNA전사체 분석을 3주 만에 끝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결과적으로 이번 연구는 기초과학과 컴퓨터과학이 만난 융합연구의 성과로, 초연결·초지능·초융합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을 가시화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연구팀은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법인 나노포어 직접 RNA 시퀀싱과 나노볼 DNA 시퀀싱을 활용해 사스코로나바이러스-2가 숙주세포 내에서 생산하는 RNA전사체를 모두 분석했습니다.

이 분석에서 바이러스 유전자의 정확한 위치를 찾아내는 한편 기존 분석법으로는 확인되지 않았던 RNA들을 찾고, 바이러스의 RNA에 화학적 변형(최소 41곳)이 발생했음을 확인했습니다. 이를 통해 바이러스 전사체가 어떻게 구성됐는지 이해하고, 바이러스 유전자들이 유전체 상 어디에 위치하는지 정확히 파악, 사스코로나바이러스-2 유전자의 숨겨진 비밀들을 풀 수 있는 지도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입니다.

 

연구팀에 따르면 사스코로나바이러스-2는 DNA가 아니라 RNA 형태 유전자를 지니고 있으며, 바이러스는 숙주세포에 침투해 유전정보가 담긴 RNA를 복제하는 한편 유전체 RNA를 바탕으로 다양한 ‘하위유전체 RNA'를 생산(전사)합니다. 이 하위유전체는 바이러스 입자구조를 구성하는 여러 단백질(스파이크, 외피 등)을 합성하며 복제된 유전자와 함께 숙주세포 안에서 바이러스 완성체를 이룬다. 이후 세포를 탈출해 새로운 세포를 감염시킵니다. 숙주세포 안에서 생산된 RNA 총합이 ‘전사체(Transcriptome)' 입니다.

기존 연구에서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의 유전체 정보가 보고됐지만, 유전체 RNA정보를 기반으로 유전자 위치를 예측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하지만 김 단장 연구팀은 유전체 RNA로부터 생산되는 하위유전체 RNA를 실험적으로 규명하는 한편, 각 전사체의 염기서열(유전정보)을 모두 분석해 유전체 RNA 상 유전자들이 어디에 위치하는지 정확하게 찾아냈습니다. 그 결과 기존에는 하위유전체 RNA가 10개 있다고 알려져 있었지만, 이번 실험으로 그 중 9개의 하위유전체 RNA만 실제로 존재함이 확인됐습니다. 또한 세포 내 생산되는 RNA 수십여 종을 추가로 발견했습니다.

 

융합, 삭제 등 다양한 형태의 하위유전체 RNA 재조합도 빈번하게 일어나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바이러스 RNA에서 메틸화와 같은 화학적 변형을 발견하기도 했습니다. DNA 메틸화와 같이 DNA 수준에서 벌어지는 여러 생화학적 변화를 통칭해 후성유전체(Epigenome)라 부르는 것처럼 전사 후 RNA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생화학적 변화는 후성전사체(Epitranscriptome)라고 합니다.

연구팀은 전사 이후 변형된 RNA들은 기존에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특성을 가질 수 있으므로 이번에 발견된 변형은 사스코로나바이러스-2 생활사와 병원성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김빛내리 단장은 “새로 발견한 RNA들이 바이러스 복제와 숙주의 면역 반응을 조절하는 단백질로 작용하는지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며 “RNA의 화학적 변형은 바이러스 생존 및 면역 반응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김 빛내리 단장은 “이 RNA들과 RNA변형은 바이러스 치료제를 개발할 때 새롭게 표적으로 삼을만한 후보군”이라며 “이번 사스코로나바이러스-2 각 전사체의 정량을 정확하게 파악했으며 이를 토대로 진단용 유전자증폭기술(PCR)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어 “사스코로나바이러스-2 유전자에 대한 풍부한 정보와 세밀한 지도를 제시함으로써 바이러스의 증식원리를 이해하고 새로운 치료전략을 개발하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지난 1월 중국 상하이 공중보건임상센터등을 통해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의 DNA유전체 정보가 처음 공개되면서 이를 바탕으로 DNA기반 진단키트가 개발됐지만, 유전체 RNA정보를 기반으로 유전자 위치를 예측하는 수준에 머물렀습니다. 김 단장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유전체RNA로부터 생산되는 하위유전체 RNA를 실험적으로 규명하는 한편, 각 전사체의 유전정보를 모두 분석해 유전체RNA 상에 유전자들이 어디에 위치하는지 정확하게 찾아냈습니다.

국제학술지 셀에서도 이례적으로 빠른 심사과정을 진행했습니다. 김교수팀이 셀에 논문 게재 신청을 한지 한달도 채 못된 9일 이례적으로 우선 게재했습니다. 김빛내리 단장은 “셀이 코로나19가 전세계적 대유행으로 번지고 있는 상황에서 서둘러 게재결정한 것”이라며 “이번 연구는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에 대한 풍부한 정보와 세밀한 지도를 통해 바이러스의 증식원리를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향후 코로나 계열의 바이러스에 대한 더 정확한 진단키트와 새로운 치료 전략을 개발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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