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대학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실시 중인 비대면 시험에서 부정행위(커닝)가 속출해 골머리를 앓는 가운데 한국외대의 한 교양과목 온라인 기말고사에서도 대규모 커닝이 발생했습니다. 해당 수업 기말고사에서는 학생 700여 명이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오픈카톡방)을 통해 실시간으로 정답을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외대 측은 즉각 대응에 나서 “커닝 방지 프로그램을 이용해 온라인으로 재시험을 치를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23일 한국외대에 따르면 지난 18일 한 교양 과목 기말고사에서 수강생들끼리 오픈 카톡방을 이용한 정답 공유가 이루어졌습니다. 해당 강의는 한국형 온라인 공개강좌(K-MOOC·케이무크)로 코로나19 이전부터 온라인 수업·시험을 진행해 학생 총 988명이 수강했습니다. 이 과목 수강생들은 4개 이상의 오픈 카톡방에 참여, 객관식·서술형 문제의 답안을 서로 공유했습니다. 학생들은 지난 18일 오후 7시 시험이 시작되자 “집단지성을 이용해 보자”며 각자 아는 문제의 답을 주고받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 중간고사에서도 해당 수업에서 부정행위가 발생해 교수가 학생들에게 주의를 주고 서술형 문항을 추가했지만 이들은 이번에도 부정행위를 감행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1시간30분 동안 진행된 시험이 끝나자 학생들은 재빨리 방을 빠져나갔습니다. 오픈 카톡방 특성상 익명으로 드나들 수 있기 때문에 참여자들의 신상을 특정하기 어렵습니다.
한국외대 관계자는 “학교 측은 서술형 답안에 대해 표절 검사를 실시해 표절로 확인된 학생들에게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겠다”며 “커닝 방지 프로그램을 통해 다시 온라인으로 재시험을 치를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대학들이 기말고사를 온라인 시험으로 치르며 곳곳에서 부정행위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약 700여 명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 이 채팅방은 부정행위 논란이 벌어진 뒤 '폭파'(대화방을 모두 나가는 것)돼 총 몇 명이 부정행위를 저질렀는지는 정확히 파악되지 않고 있습니다. 해당 교양과목을 수강하는 학생은 서울캠퍼스와 글로벌캠퍼스를 합쳐 2000여 명에 달합니다. 이 강의는 지난 중간고사 때도 부정행위 논란이 일어 기말고사에는 객관식 문제에 서술형 문제를 추가하는 등의 조치도 취해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외대 측은 사안을 인지하고 과목 담당 교수 등과 함께 학부 차원에서 대책을 논의 중 입니다. 학교 측은 "중간고사 이후 담당 교수님이 공지사항으로 부정행위에 관한 경고를 한 적이 있다"며 "해당 과목 기말고사는 재시험을 치를 것이며 웹캠을 통해 시험 과정을 관찰하는 등 부정행위를 방지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한국외대 외에도 최근 서울대와 연세대, 성균관대, 시립대 등에서도 온라인으로 강의가 진행된 과목에서 답지를 공유하고 과제물을 베끼는 등의 부정행위가 벌어져 논란이 일었습니다. 한국외대는 지난 18일 '세계주요문화와 통번역의 역할' 기말고사가 치러지는 시간, 수강 학생 700여 명이 있는 단체 채팅방에서 정답이 수차례 공유된 것으로 파악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답안지에 작성된 서술형 답안 등을 검사해 표절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해당 학생들을 징계할지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한국외국어대학교는서울특별시 동대문구와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에 있는 사립종합대학교 입니다. 모태는 한국육영회(현 동원육영회)가 설립을 준비한 한국정치경제대학교와 대한민국 정부가 설립하려고 한 서울외국어대학입니다. 사립대 형식으로라도 서울외국어대학을 설립하려고자 했던 당시 문교부와 한국정치경제대학교를 설립하려는 한국육영회가 손을 잡으면서, 1954년 공식적으로 한국외국어대학이 출범합니다.
사실 영문 명칭을 따져보면 한국외국학대학교입니다. 실제로 어문계열에서는 해당 국가의 언어와 문학을 가르치는 것을 넘어 사회학, 지역학, 통번역학 분야 등을 폭넓게 가르치고 있습니다. 다른 대학의 어문계열 학과와 다르게 해당 국가의 지역학을 가르친다는게 특이사항인데, 이는 유학을 갈 인재와 경제개발 시기에 해외에 진출해 외화를 벌어들일 경제사관을 양성하려고 하는 목적에서, 외대에 광범위한 외국학 연구가 집중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름만 보면 어문학에만 집중하는 대학교 같으나, 실제로는 외사학(외교학, 사회과학) 분야에서 뿌리 깊은 전통과 매우 강한 면모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1963년에는 해외에서 일할 전문가가 필요하다는 당시 대통령의 특별 지시로 무역학과(현 국제통상학과)와 외교학과(현 정치외교학과)가 탄생했고 이들을 주축으로 외사학부 중 '외'가 구성돼 국가의 대외확장에 기여했습니다.
곧바로 이어서 국제행정학과(현 행정학과)와 국제경제학과(현 경제학부), 법학과가 탄생해 외사학 중 '사'가 완성되어 사회과학 분야에서도 외대는 국가가 필요로 하는 경제관료를 양성하는 사관학교로 자리매김해 대한민국의 대내발전에 크게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