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홍콩 국가보안법’을 지난달 30일 오후 11시를 기해 발효시킨 데 대해 미국과 영국은 물론 유럽연합이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존 울리오트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성명을 내고 "중국이 보안법을 통과시킨 것은 '중·영 공동선언'에 따른 약속을 위반한 것"이라며 "중국은 이제 홍콩을 '일국일제' 로 취급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도 그렇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울리오트 대변인은 이어 "우리는 중국이 방침을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한다"며 "미국은 홍콩의 자유와 자치를 질식시킨 사람들에 대해 계속해서 강력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경고했습니다. 한편 AFP 통신에 따르면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우리는 홍콩보안법을 면밀히 살펴본 뒤 영국-중국 공동선언과 상충하는지 검토할 것"이라며 "이후 정해진 절차에 따라 대응책을 내놓겠다"고 중국을 압박했습니다.
유럽연합(EU) 역시 “개탄한다”는 입장을 같은 날 밝혔습니다.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 법은 홍콩의 고도의 자치를 심각하게 저해하고, 사법부 독립과 법치에 해로운 영향을 미칠 위험이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습니다. 앞서 EU는 중국이 홍콩보안법을 강행한다면 매우 부정적인 결과를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습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도 홍콩보안법이 홍콩의 자치권을 훼손한다며 비판에 동참했습니다. 중국 공산당이 만든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이 통과되면서 홍콩에 보장돼온 일국양제와 고도의 자치는 사실상 막을 내렸습니다. 미국은 홍콩보안법 통과에 맞서 홍콩에 부여해온 특별지위를 박탈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미·중 갈등이 홍콩보안법을 계기로 더욱 고조되는 한편 아시아 금융허브로서 홍콩이 누려온 지위도 미래를 알 수 없게 됐습니다.
중국의 최고 입법기관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의 상무위원회는 30일 오전 회의를 열어 홍콩 특별행정구에서 국가안전을 유지하는 홍콩보안법을 상무위원 162명 만장일치로 통과시켰습니다. 중국 정부는 이날 홍콩보안법을 통과시키면서도 법안 전문을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이 부분적으로 공개한 법안 내용을 보면 중국이 홍콩에 설치하는 국가안보기구인 ‘홍콩 국가안보처’가 핵심입니다. 국가안보처는 홍콩의 안보 정세를 분석하고, 안보 전력과 정책 수립에 대한 의견 제안, 감독, 지도, 협력의 총괄적 권한을 가집니다.
홍콩보안법은 또 국가분열행위 제재 및 처벌, 국가정권 전복 방지, 테러활동 등 국가안보 훼손 행위 제재, 외부세력 홍콩 사무 간섭 활동 조성 처벌 등을 담고 있습니다.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은 “홍콩 정부는 전인대의 홍콩보안법 통과를 환영한다”면서 “법은 오늘 늦게 발효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제44차 유엔 인권이사회의 화상 연설에서 “홍콩보안법의 목적은 분리·독립 활동, 국가권력의 전복, 테러 행위, 국가안보를 위태롭게 하는 외부 세력과의 공모 등을 예방, 억제, 처벌하는 것”이라면서 국제사회가 중국의 국가안보 수호 권리를 존중해야 한다고 요구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법은 법을 위반한 극소수의 사람들만 대상으로 하고 홍콩 거주자의 압도적 다수의 생명과 재산, 기본권, 자유는 보호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영국의 마지막 홍콩 제독이었던 크리스 패튼은 “이번 결정은 (1997년 홍콩반환협정에서 채택된) 영·중 공동선언에 대한 명백한 위반”이라며 “아시아 금융허브 역할을 하게 했던 홍콩의 법치를 목 졸라 죽게 할 것”이라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말했습니다.
미국은 홍콩에 부여했던 특별지위를 일부 폐지하는 보복 조치에 착수했습니다. 윌버 로스 미 상무장관은 29일 성명에서 “수출 허가 예외 등 홍콩에 부여했던 특혜 규정이 중단됐다”며 특별대우를 없애는 추가 조치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도 “미국은 홍콩에 대한 군사장비의 수출을 종료하고, 미국 국방 및 민·군 이중용도 기술에 대해 제한을 가하는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미국은 1992년 제정한 홍콩정책법을 통해 관세·투자·무역·비자 발급 등에서 홍콩에 특별지위를 보장해 왔다. 미국은 이번에 이 가운데 국방 및 첨단기술 품목 등 일부에 대해서 수출 제한 조치를 발표했습니다.
샤를 미셸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홍콩보안법은 홍콩의 고도의 자치를 심각하게 저해하고, 사법부 독립과 법치에 해로운 영향을 미칠 위험이 있다”고 우려를 표했습니다. 중국은 논란의 대상인 홍콩보안법의 구체적인 내용을 비밀에 부쳐오다가, 홍콩 반환 23주년 기념일 1시간 전에 법 시행과 동시에 관영 신화통신을 통해 전문을 공개했습니다.
신화통신 보도에 따르면 홍콩보안법은 국가 분열, 국가 정권 전복, 테러 활동, 외국 세력과의 결탁 등 4가지 범죄를 최고 무기징역형으로 처벌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홍콩보다 앞서 2009년 시행된 마카오의 국가보안법이 최고 형량을 30년으로 규정한 것과 비교하면 훨씬 무거운 처벌이다. 경미한 범죄행위에서는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할 수 있습니다. 지난해 범죄자 본토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로 촉발된 반중 시위대가 '홍콩 독립'이나 '광복 홍콩 시대 혁명'이라는 구호를 내세우는 시위 행태는 앞으로 모두 처벌 대상이 됩니다.
또 홍콩 정부가 폭력 행위를 일삼는다고 규정했던 급진주의적인 시위대 역시 '테러활동'에 포함돼 처벌 대상이 됩니다. 범죄 행위 가운데 외국 세력과의 결탁에는 외국에 중국이나 홍콩에 대한 제재를 요청하는 행위도 포함됐습니다. 이와 함께 홍콩보안법은 중앙정부가 홍콩에 국가안보처를 설치하도록 했습니다. 홍콩 국가안보처는 홍콩의 안보정세를 분석하고, 안보 전략과 정책 수립에 대한 의견 제안, 감독, 지도, 협력의 권한을 가집니다. 특히, 홍콩의 공직 선거 출마자나 공무원 임용자는 반드시 중화인민공화국에 충성 맹세를 해야 합니다.
홍콩보안법은 홍콩에 대한 중국 공산당의 통제를 강화하고 궁극적으로는 홍콩의 민주주의를 완전히 끝내기 위한 목적으로 중국 정부에서 수립한 법률입니다. 언론에서는 대개 홍콩 국가보안법 또는 홍콩 보안법이라는 용어를 쓰고 있습니다. 2020년 5월 22일, 중국의 리커창 총리가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홍콩 의회를 대신하여 ‘홍콩 보안법’ 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혀 전세계적으로 많은 논란을 일으켰으며, 5월 28일 대회에서 통과되었습니다.
2019년 홍콩 민주화 운동 시위가 이 법률 제정의 결정적인 배경입니다. 이러한 홍콩 시위에 중국 입장에서는 홍콩에 대한 통제를 확실하게 강화할 수단으로써 국가보안법 제정을 추진하게 된 것 입니다. 홍콩 보안법 초안에는 국가 분열, 국가정권 전복, 테러리즘 조직 결성 및 활동 행위 등에 대해서는 예방, 저지, 처벌해 중국 헌법과 홍콩 헌정질서를 지켜야 하며 홍콩 행정, 입법, 사법기관은 관련 법규에 근거 이를 이행해야 하며, 홍콩 행정장관은 관련 상황을 정기적으로 중앙 정부에 보고해야 한다고 되어있습니다.
홍콩 국가보안법의 핵심은 반정부 활동의 전면적인 금지입니다. 이 법이 시행되면 지난해 홍콩을 휩쓸었던 범죄인 송환법 반대 시위와 같은 대규모 시위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범민주 진영의 인물이 선거에 참여하는 것도 막힐 수 있다는 관측입니다. 홍콩 보안법은 홍콩의 헌법에 해당하는 기본법 제23조에 근거한다. 23조는 국가 전복과 반란을 선동하거나 국가 안전을 저해하는 위험인물 등에 대해 최장 30년의 징역형을 내리도록 하고, 이를 시행하는 구체적 법률을 제정하도록 규정했습니다.
중국이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를 통해 법안을 직접 제정하겠다고 나선 데는 지도부의 홍콩 장악 의지가 담겨 있다는 평가입니다. 전인대에 소개된 홍콩 보안법 초안은 국가를 분열시키고, 국가 정권을 전복하고, 테러리즘 조직을 결성해 활동하는 행위 등을 예방·저지·처벌하도록 했습니다. 외국이나 홍콩 외 세력이 홍콩 내정에 개입하거나 홍콩을 이용해 분열·전복·침투·파괴하는 활동도 제한합니다. 홍콩의 행정 및 입법, 사법기관은 이를 이행해야 하며, 홍콩 수반인 행정장관은 정기적으로 관련 상황을 중국 정부에 보고해야 합니다.
2019년 송환법 반대 시위 당시 시위대의 행동들이 모두 홍콩 보안법이 금지한 사항에 해당한다는 분석입니다. 당시 시위대는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를 불태우고 국가 휘장을 훼손했습니다. 중국 본토 기반 기업과 은행에 화염병을 던지는 한편 반중국 구호를 외치기도 했습니다. 이런 행위는 최고 징역 30년형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법안 통과 땐 대규모 시위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는 얘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