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세르크'로 이름을 알린 일본 유명 만화가 미우라 켄타로가 향년 54세로 사망했습니다. 20일 소속사 하쿠센샤 영애니멀 편집부는 "'베르세르크의 작가 미우라 켄타로 선생이 5월 6일 급성 대동맥 박리로 별세했다"며 "진심으로 명복을 빈다"고 밝혔습니다.
미우라 켄타로는 니혼대학을 졸업해 1985년 만화 '다시'로 데뷔했습니다. 다크 판타지 만화인 '베르세르크'가 대표작으로, 1989년부터 최근까지 연재해왔습니다. 단행본이 40권까지 나오는 등 30년 간 연재를 이어갔으나 결국 완결짓지 못한 유작으로 남게 됐습니다. 그는 2010년대 들어 건강상을 이유로 수차례 휴재를 하기도 했습니다. 급성 대동맥 박리는 대동맥의 내막이 찢어지는 질환으로, 고혈압이 주요한 원인입니다. 대동맥 박리 환자의 70∼90%는 고혈압을 동반하는 것으로 보고된다. 대개 50∼60대에서 발병률이 가장 높고, 여성보다 남성에게 2배 더 많이 발생합니다.
국내에서도 인기였던 '베르세르크' 작가의 사망 소식에 이날 트위터 등 SNS에는 '베르세르크' '고인의 명복' 등 키워드가 실시간 트렌드 상위권에 올라 있습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고인은 1985년 작가로 데뷔했고 1989년부터 만화 잡지 '영애니멀'의 전신인 '애니멀하우스'에 만화 베르세르크 연재를 시작했습니다. 중세 유럽을 떠올리게 하는 무대를 배경으로 세밀한 묘사를 앞세운 베르세르크는 한국을 비롯해 세계 각국에서 주목받았으며 애니메이션으로도 제작됐습니다.
베르세르크의 전 세계 누적 발행 부수는 5천만 부를 넘었으며 연재 진행 중에 작가가 생을 마감함에 따라 미완결로 남게 됐습니다. 복싱을 소재로 한 만화 '더 파이팅'의 작가인 모리카와 조지(森川ジョ-ジ)는 갑작스러운 부고가 "충격"이라며 "언젠가 최종회를 읽으러 갈게"라고 고인을 향한 메시지를 트위터에 남겼습니다.
만화 '베르세르크' 영 애니멀 1989년 10월호부터 부정기 연재됐으며, 일본 기준 2018년 9월, 한국 기준 11월 단행본 40권까지 출간되었습니다. 30년 동안 40권이 나온 셈이며 상업적으로도 크게 성공하여 단행본은 약 4000만부가 팔려나갔다고 합니다. 한국어판은 1990년대 중순에 해적판인 '불멸의 용병'이란 제목으로 나왔는데 상당부분이 삭제, 수정되었습니다. 그래서인지 90년대 후반까지 자막을 들고 비디오 시디로 나와 팔던 해적판 시디에선 제목을 이 불멸의 용병이란 제목을 쓰기도 했습니다. 정식판은 90년대 후반에 대원씨아이에서 원제목 그대로 내서 40권까지 냈습니다. 다만 정식판도 잔인한 씬을 희미하게 칠하든지, 글자를 의도적으로 크게 써서 가린 흠이 있습니다.
한국 발매 초반에는 1999년 후반부터 발매를 시작, 일본판 최신 발매판(19권)까지 따라 잡고 이 후 일본판 발매후 2~3개월 텀을 두고 국내정식판이 발매되고 있습니다. 작가가 2021년 5월 6일 사망함에 따라 연재가 불투명해졌습니다. 성인용 작품답게 수위가 매우 높아서 내장이 아무렇지도 않게 나오고, 사람의 나체 등이 거침없이 나옵니다. 단순한 판타지물인 줄 알고 준비 없이 봤다간 1권부터 경악하는 수가 있습니다.
작가의 작화력이 작품의 진행과 함께 장족의 발전을 거듭해 격렬한 액션과 치밀한 디테일이 높은 평가를 받습니다. 종합적인 완성도는 이미 '매의 단'편을 비롯한 작품의 전반부에서 절정의 완성도를 선보였고 많은 팬들 역시 이 시기를 가장 고평가합니다. 이후 각 장마다 분위기가 다소 바뀌는데 중세 전쟁물, 다크 판타지, 하이 판타지, 정통 판타지로 확연하게 바뀌는, 전개방식에 있어 작가의 유연함이 대단하다고 할 수 있는 일이 일어나고, 그렇기 때문에 만화 전체가 아닌 장마다의 취향을 타게 되는 면도 없지 않습니다. 그러다 가츠가 나이도 먹고 혼자서 처절하게 싸우는 것에 작가도 독자들도 지쳤는지 '천년제국의 매' 편 이후에는 베르세르크 특유의 처절한 분위기가 많이 옅어져 이제는 파티까지 구성해 다니는 걸 보면 일면 평범한 판타지물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한 작가가 자기 인생을 바치다시피 한 만화이며 엄청난 퀄리티를 자랑합니다. 얼마나 대단한지 중세 유럽이 모티브인 작품 중에서 베르세르크 만큼의 퀄리티를 자랑하는 작품이 없다 할 정도입니다. 한편, 이렇게 작품 한화한화의 퀄리티가 매우 높다보니 작업량이 많아져서 자주 연재를 중단하는 편이며 연중을 안 하더라도 이야기 진행이 엄청 느린 걸로도 유명하다. 안 그리고 쉬느라 연중하는 게 아니라 다 못 그려서 연재를 못하는 것 입니다. 휴재 중에도 계속 그리다가 분량이 찼을 때 연재하는 것 입니다. 작가의 말을 봐도 그야말로 만화만 그리고 사는 인생입니다. 2010년대 중반부터 휴재가 잦아지고, 연재 주기 또한 갈수록 길어졌습니다. 몇 달씩 휴재하는 것도 예사가 되어 한 달에 한 번만 나와도 감지덕지할 수준이 되어버렸는데, 결국 2013년 연재된 337화 기점으로 건강상 문제로 인해 잠정 연중되었습니다. 건강상의 문제로 휴재를 했지만 정작 이 시기에 기간토마키아를 연재한 것이 장기휴재의 원인이었습니다.
이로 인해서 한때는 베르세르크를 두고서 "작가가 자기 작품을 감당 못하고 압사당했다"라는 표현과 함께 작품이 엎어졌다는 이야기도 적잖게 나왔습니다. 물론 이는 단순 루머에 불과했지만 갈수록 늘어지는 연재 주기와 잦은 휴재를 일삼는 작가의 행적으로 인해 일부에서는 "베르세르크 연중돼서 더 이상 연재 안 한다"라는 말을 진짜로 받아들이기도 했습니다. 다행히 2015년 다시 복귀하여 재연재를 시작했지만 미디어 매체화로 여전히 휴재가 잦은 상황이었습니다.
베르세르크는 일본 만화 역사상 손에 꼽을 정도로 비주얼적 디테일과 스케일이 극한에 다다른 작품으로 명성이 높습니다. 예시로 들 수 있는 세 장면은 특히 많이 힘이 들어간 걸로 유명한데, 저 장면이 포함된 각 화를 완성시키기까지 수개월을 휴재한 끝에 완성시켰습니다. 특히 브리타니스를 침공하는 쿠샨 제국의 10만 대군 돌격 장면은 한 화 그리는 데만 자그만치 1년이 걸렸습니다. 2021년 5월 20일, 영 애니멀 공식 트위터를 통해 작가가 5월 6일 급성 대동맥 박리로 사망했다는 부고가 전해졌습니다.
안 그래도 초장기 연재가 이어지며 작가의 건강이 걱정된단 말들이 나왔었습니다. 완성도를 낮춰도 좋으니 빠른 연재를 보고 싶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많았지만, 결국 그 우려가 현실이 되었습니다. 작가가 직접 인터뷰에서 후반부에 진입했다고 언급했으니 더욱 안타까울 따름이며 이로서 베르세르크는 고인의 유작으로 남게 되었습니다. 베르세르크의 마지막 연재분은 2021년 1월 22일 발간된 영 애니멀 No. 3에 수록된 363화이고, 363화의 마지막 페이지는 보름달이 뜬 밤 가츠 앞에 다시 나타난 월하의 소년이며 한 페이지 전체를 채운, 나신인 채로 등장한 컷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