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트라제네카(AZ)와 화이자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교차 접종한 아내가 심정지 상태라며 국민에 부작용 사례를 자세히 알리고 적극적인 치료가 가능하도록 하는 시스템을 마련해달라는 청원이 등장했습니다. 21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따르면 전날 ‘코로나 백신 교차 접종후 심정지 상태인 아내를 살려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습니다.
청원인은 “아내(48)가 지난달 말 AZ백신을 1차 접종하고 지난 6일 화이자 백신으로 2차 교차 접종을 한 뒤 심정지 상태로 중환자실에서 사경을 헤매고 있다”며 “2차 접종 이틀 후인 지난 8일부터 구토와 설사, 가슴 조임, 몸살 증상 등으로 치료하다 심장 수술을 받았으나 19일까지 혼수상태”라고 했습니다. 그는 “아내는 기저 질환도 전혀 없이 아주 건강하게 일상의 삶을 살아왔다”며 “양로원에서 근무하기 위해 지난 6월 보건소에서 신체검사를 받은 결과를 보면 건강 상태는 정말 양호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일을 해야 했기에 조기 백신 접종 대상자로 분류돼 백신을 접종했는데, 잘못하면 다시는 아내를 볼 수 없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눈물이 앞을 가린다. 고3과 중2 두 아들이 엄마의 빈자리로 인해 힘들어 하는 모습을 볼 때 가슴이 너무 아프다”며 “코로나19를 극복하기 위해 백신이 필요하다는 것은 공감하나 접종률을 높이는데 혈안이 돼 있을 뿐 점점 늘어가고 있는 부작용에 대한 대처는 전혀 없어 보인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지난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 대통령께서는 코로나 백신에 대해 안심해도 된다고 하시며 백신부작용에 대하여 전적으로 국가에서 보상한다고 말씀하셨지만, 보상 기준은 엄격한 잣대로 인과성 판단을 해 백신과의 인과성 없는 질환으로 부작용 판단을 피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꼬집었습니다. 청원인은 “아내를 포함해 현재 백신 접종 후 중증 및 사망 등의 피해를 입으신 분들은 국가에서 권장하는 백신 접종을 했을 뿐”이라며 “백신을 접종하지 않았다면 이런 일은 겪지 않았을 것이고, 저희 아내도 아내와 엄마의 위치에서 가정을 지킬 수 있었을 것”이라고 애통해 했습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 김경수 경남지사,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을 지칭해 “부디 백신 접종 후 부작용 사례에 대해 모니터링 해 국민에게 다양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음을 자세히 알리라”며 “접종 후 이상 증세가 발생하는 경우에 대해서도 다양한 가능성에 대한 검사와 적극적인 치료로 제 아내와 같은 희생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시스템을 마련해달라”고 호소했습니다. 아울러 “전국민 재난지원금보다는 이런 백신 부작용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분들을 나라에서 책임지고 지원한다면 국민들이 마음 놓고 백신 접종에 임하게 되지 않겠느냐”며 “대통령께서 말씀하신 백신 부작용에 대한 전적 보상이 이뤄지길 간곡히 요청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앞서 경북 구미에서는 AZ·화이자 백신을 교차 접종한 50대 경찰관이 2차 접종 후 사흘 만인 지난 20일 숨졌습니다. 화이자 백신 2차 접종 후 두통과 오한 등 이상반응을 호소했던 것으로 알려졌으며, 현재 교차 접종과 사망과의 연관성 여부를 확인하고 있습니다.
20일 경북 칠곡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새벽 2시쯤 칠곡 북삼읍의 한 아파트에서 구미경찰서 인동파출소 A경위(52)가 거실에 의식없는 상태로 쓰러져 있는 것을 가족이 발견, 경찰에 신고했으며 순천향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새벽 3시 18분쯤에 숨졌습니다. A경위는 지난 4월28일 아스트라제네카를 1차 접종했으며 지난 17일 화이자 백신 2차 접종 후 두통과 오한 등 이상반응을 호소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A경위가 평소 건강했다는 동료와 가족 등의 진술을 토대로 사망과 화이자 백신 접종의 연관성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코로나 백신 교차 접종이 지난 5일 시작돼 69만명이 1차 아스트라제네카(AZ), 2차는 화이자 백신을 맞았습니다. 9월 7일까지 모두 161만명이 교차 접종 대상입니다. ‘부스터 샷’(추가 접종)으로 불리는 3차 접종 가능성을 고려하면 교차 접종 대상자는 앞으로 더 늘어날 수 있습니다. 독일·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주요국에선 이미 AZ와 화이자·모더나를 맞히는 교차 접종이 대거 진행되고 있습니다. 방역 당국은 69만명이 맞은 교차 접종의 안전성과 효과 등을 아직 발표하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내 전문가들은 “해외 연구 결과 등을 보면 항체 형성이나 안전성 측면에서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고 말합니다.
지난달 13일 학술지 ‘네이처(Nature)’에 발표된 독일 자를란트대 연구는 성인 216명을 상대로 교차 접종의 효과를 분석했습니다. AZ·화이자, AZ 2회, 화이자 2회 접종 등 세 그룹으로 나눠 분석한 결과 AZ·화이자 교차 접종자가 AZ 2회 접종자보다 항체가 최대 10배가량 더 형성된 것으로 나왔습니다. 화이자 2회 접종자와는 비슷한 수준으로 항체가 형성됐습니다.
지난 5월 의학 학술지 ‘랜싯(The Lancet)’은 영국 옥스퍼드대의 임상 시험 결과를 소개했습니다. 50세 이상 지원자 830명을 AZ·화이자, 화이자·AZ, 화이자 2회, AZ 2회 네 그룹으로 나눠 항체 형성을 비교해보니 화이자 2회 접종자들이 가장 많은 항체를 형성했고, 다음으로 AZ·화이자, 화이자·AZ, AZ 2회 순이었습니다. 화이자·AZ 교차 접종자는 AZ 2회 접종자보다 항체 수치가 5배 높았다고 합니다.
랜싯은 지난달엔 스페인 카를로스 3세 보건연구소 연구 결과를 소개했습니다. AZ 1차 접종을 받은 663명 중 441명에겐 화이자로 2차 접종을 하고, 나머지 222명에겐 백신을 맞히지 않은 뒤 경과를 비교해 보니 “AZ·화이자 교차 접종자들은 AZ 1회 접종자에 비해 바이러스를 무력화하는 중화항체가 7배 늘어났다”고 전했습니다. 국제 학술지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NEJM)’에 실린 스웨덴 우메오대학 연구는 AZ·모더나 교차 접종과 AZ 2회 접종을 비교했습니다. 그 결과, AZ·모더나 교차 접종자(51명)들은 AZ 2회 접종자(37명)에 비해 항체가 약 20배 더 형성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최신 교차 접종 연구들에선 동일한 백신으로 접종했을 때보다 교차 접종군에서 두통·발열·오한·근육통 등 경미한 이상 반응이 비슷하거나 더 많이 나타났습니다. 교차 접종과 사망과의 연관성은 아직 규명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해외 연구 사례에서는 교차 접종의 안전성 문제가 제기되지는 않았지만 “방역 당국은 사망 원인을 파악하고 교차 접종에 대한 정보를 더 신속하고 많이 제공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유럽의약품청(EMA)은 지난 14일 “코로나 백신 교차접종이 효과적일 것으로 기대되지만 아직은 이에 관해 확실한 권고를 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WHO(세계보건기구)도 아직까진 동일 백신 접종을 권고한다는 입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