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원 기아는 23일아이슬란드 레이캬비크 뢰이가르달스회들(Laugardalshöll) 실내 스포츠 경기장에서 펼쳐진 ‘2021 LoL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MSI)’ 결승전에서 로열 네버 기브업(RNG, 중국)에 세트스코어 2대 3으로 석패했습니다. 담원 기아는 반년 만에 세계 챔피언 타이틀을 반납했습니다. 이들은 지난해 11월 ‘2020 LoL 월드 챔피언십(롤드컵)’을 우승해 세계 정상에 올랐습니다. 지난 4월 ‘2021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 스프링 시즌까지 정복하며 기세를 이어나가는 듯했지만, 반년 새 괄목상대한 RNG에 무릎을 꿇었습니다.
LCK의 ‘MSI 잔혹사’가 2017년 SK텔레콤 T1(現 T1)의 우승 이후로 계속 이어지게 됐습니다. 2018년엔 킹존 드래곤X(現 DRX)가 결승전에서 RNG에 져 준우승에 그쳤습니다. 2019년엔 SKT가 G2 e스포츠(유럽)에 져 4강전에서 탈락했습니다. 2020년엔 코로나19 여파로 대회가 순연됐습니다. 한끗 차이로 승패가 갈렸다. 담원 기아는 1세트를 무력하게 졌습니다. 초반 바텀 갱킹에 당한 이후로 대형 오브젝트를 모두 내줘야 했습니다. 30분경 장로 드래곤 전투에서 4킬을 따내며 반격에 나서는 듯했으나, 2분 뒤 내셔 남작 전투에서 대패해 역전의 발판을 잃었습니다. 이들은 두 번째 장로 드래곤, 내셔 남작 버프를 두르고 진격한 RNG를 막지 못했습니다.
담원 기아는 ‘칸’ 김동하(리 신), ‘쇼메이커’ 허수(제라스)의 활약에 힘입어 한 세트를 따라붙었습니다. 특히 중후반부는 김동하의 독무대였다. 그는 대치 구도에서 궁극기 ‘용의 분노’를 RNG 딜러진에게 적중시켜 팀의 승리를 이끌었습니다. 담원 기아는 28분경 탑에서 에이스를 띄워 게임을 마무리했습니다. 그러나 담원 기아의 기세는 바로 끊겼습니다. 이들은 3세트에서 역전패를 당했습니다. 초반에 상대 정글러의 동선을 완전히 망가트려 앞서나가는 듯했으나, 협곡의 전령을 연이어 상대방에게 내주면서 추격을 허용했습니다. 결국 24분경 무리하게 내셔 남작을 사냥하다가 에이스를 내줘 역전당했고, 충분히 성장한 ‘갈라’ 천 웨이(카이사)에게 무릎을 꿇었습니다.
4세트에서 다시 균형이 맞춰졌습니다. 담원 기아가 자신들의 첫 번째 승리 패턴, 레넥톤·니달리 조합을 꺼내 들었습니다. 초반 상체 주도권 싸움에서 완승한 담원 기아는 RNG의 바텀 다이브 승부수까지 막아냈습니다. 서서히 상대방과 성장 격차를 벌린 이들은 내셔 남작 둥지 앞에서 ‘고스트’ 장용준(트리스타나)의 펜타 킬로 승리를 자축했습니다. 5세트는 담원 기아의 허무한 패배로 마무리됐습니다. 담원 기아는 라인전 단계에서부터 상대의 노림수에 족족 당했습니다. 16분경 탑에서 3데스를 당해 쓰러졌습니다. 21분 만에 미드 억제기를 내줬을 정도로 일방적인 게임이 펼쳐졌습니다. 이들은 미니언 대군과 함께 밀고 들어오는 RNG를 막지 못하고 넥서스를 내줬습니다.
담원 기아가 이번에 우승컵을 거머쥐었다면 리그 오브 레전드 e스포츠에서 T1에 이어 사상 두 번째로 그랜드슬램을 달성할 수 있었습니다. 또 올 가을 열리는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이하 롤드컵)에서 LCK(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 팀이 시드 한 장을 더 가져갈 수도 있었습니다. MSI에서 4년 만에 LCK가 우승컵을 탈환할 수 있을지도 관심사였으나 아쉽게 준우승에 머물렀습니다. '그랜드슬램'이란 라이엇게임즈가 주최하는 메이저 국내외 e스포츠 대회에서 모두 우승을 차지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담원 기아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LCK 서머, 롤드컵, LCK 스프링에서 연달아 우승을 차지한 바 있습니다.
이날 담원 기아는 '칸' 김동하, '캐니언' 김건부, '쇼메이커' 허수, '고스트' 장용준, '베릴' 조건희가 출전했습니다. RNG는 '샤오후' 리유안하오, '웨이' 옌양웨이, '크라이인' 유안쳉웨이, '갈라' 첸웨이, '밍' 시센밍이 나왔습니다. 1세트는 RNG의 완승이었습니다. 선취점은 '웨이' 옌양웨이의 우디르가 먼저 따냈습니다. 이를 토대로 바텀 주도권을 확보한 RNG는 이후 대지의 용과 전령을 연이어 획득하며 초반 스노볼링을 위한 토대를 구축했습니다. 전체적으로 RNG가 연이어 용을 획득하며 유리한 고지를 점하는 가운데 담원은 한타 싸움에서 밀리지 않으며 킬 스코어에서 밀리지 않는 양상을 보였습니다. 담원은 26분경 벌어진 한타에서 '쇼메이커' 허수의 아칼리의 대활약으로 3대2 킬 교환에 성공하며 역전의 실마리를 마련하는 듯했습니다. 그러나 29분 장로 드래곤을 RNG가 빼앗고 이후 빠르게 바론 버프까지 획득하면서 곧바로 다시 우위를 가져갔습니다. 이후 수적 열세에 처하며 2번째 장로 드래곤 버프까지 내준 담원은 온갖 버프를 두른 채 본진으로 돌진하는 RNG의 챔피언들을 막아내지 못했습니다.
블루 진영을 택한 담원은 2세트 바로 균형을 맞췄습니다. RNG가 초반 '고스트'의 트리스타나와 '베릴'의 레오나를 연이어 킬하며 승기를 잡는 듯 했지만 6분 캐니언과 쇼메이커가 사오후를 잡아내며 만회했습니다. RNG는 1·2번째 용을 연달아 챙기고 대규모 교전에서도 승리하며 기선을 제압했습니다. 17분 이후 분위기가 바뀌었습니다. 세 번째 화염용이 등장한 가운데 RNG가 치던 용을 쇼메이커가 스틸하며 담원이 처음으로 용을 가져갔습니다. 이후 그대로 미드 1차까지 파괴한 담원은 23분 화염용 용 앞 한타에서 대승하며 승기를 굳혔습니다. 드래곤 버프에 바론 버프까지 획득한 담원은 매서웠다. '고스트'의 트리스타나는 쿼드라킬을 기록했고 '칸'의 리 신도 압도적인 모습을 보이며 승기를 가져왔습니다. 그렇게 담원은 맹렬히 킬 스코어를 쌓으며 킬 스코어를 18대8까지 벌렸고, 그대로 30분경 RNG의 넥서스를 파괴했습니다.
RNG는 만만치 않았습니다. 3세트 초중반 한때 밀리기도 했지만 역전에 성공하며 3세트를 따냈다. 담원은 초반 '쇼메이커'와 '고스트'의 활약으로 주도권을 잡았고 첫 드래곤까지 차지했습니다. 이후 담원이 두 번째 바다용까지 가져갔지만 RNG는 협곡의 전령을 처치하고 이후 드래곤 앞에서 열린 한타에서 대승하며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담원은 23분경 '웨이'의 우디르를 잡아내며 곧바로 바론을 공격했지만 오히려 상대에게 역공을 당했습니다. 상대 '크라인'의 라이즈와 '밍' 레오나의 공격 조합에 몰살당하며 순식간에 승기를 잃었고 내셔 남작까지 내줬습니다. 곧바로 네 번째 드래곤을 두고 벌어진 대전에서도 RNG가 승리했고 이후 미드에서 벌어진 5대5 전투에서도 RNG가 이기며 내셔 남작을 다시 획득했습니다. 담원은 드래곤 3스택을 쌓으며 추격에 나섰지만 결국 넥서스를 내줬습니다.
그러나 만만치 않은 것은 담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4세트 담원은 상체와 바텀이 고루 활약하며 어렵지 않게 세트를 가져갔습니다. 초반 전령과 바람용을 가져간 담원은 RNG의 봇 다이브 시도를 어렵지 않게 막아내며 오히려 이득을 봤습니다. 연이어 드래곤 스택을 쌓은 담원은 이후 상대방의 공격을 잇따라 끊어내면서 골드 차이를 벌렸습니다. 24분경 RNG는 잘 성장한 '칸' 김동하의 아르록스가 합류하기 직전 교전을 걸었습니다. 그러나 담원은 이를 잘 맞받아쳤고 오히려 '고스트' 장용준의 트리스티나가 '펜타킬'을 기록하며 완벽한 우위를 점했습니다. 흐름을 탄 담원은 곧바로 바론과 바다용까지 획득했고 그대로 적진을 밀어내며 승부를 풀세트까지 몰고 갔습니다.
하지만 마지막에 웃은 쪽은 결국 RNG였습니다. RNG는 5세트 초반 '고스트'와 '쇼메이커'를 연이어 킬하며 승기를 잡았고 어렵지 않게 전령을 차지했습니다. 담원은 곧바로 화염용을 가져가며 반격했지만 '칸'이 다시 상대에게 킬을 허용했습니다. 초반부터 RNG가 연이은 킬로 흐름을 가져가는 모양새였습니다. 담원은 18분경 벌어진 대규모 전투에서 반전을 모색했지만 이 역시 RNG의 승리로 끝났으며 중앙 1, 2차 포탑도 RNG에 의해 파괴당했습니다. 초반부터 스노우볼을 굴리던 RNG는 시간이 갈수록 더욱 승기를 잡아갔고 에이스까지 띄우며 담원을 코너로 몰아갔습니다. 킬 스코어 6대24까지 벌어진 상황에서 담원은 본진으로 들이닥치는 RNG에게 3킬을 선사하며 일단은 한숨돌렸습니다. 그러나 2분 후 다시 진행된 RNG의 일격은 막지 못했고 결국 RNG가 MSI 2021 우승컵을 가져갔습니다.
담원은 이미 지난 22일 열린 매드 라이언즈와의 준결승전에서 풀세트 접전을 치른 후였습니다. 24시간도 채 되지 않아 RNG와의 경기에 나섰고, 이전 두 차례 맞대결에서 모두 패배했음에도 풀세트까지 승부를 이어가며 만만치 않은 전력임을 증명했습니다. 그러나 막판 집중력 부족 속 아쉽게 준우승에 머물렀습니다.